Jun 7, 2011

김훈 세설 중에서....


대한 이제마(李濟馬, 1837~1900)의 글은 형이상학인지 과학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그 모호한 총체성 때문에 그의 글은 무시되기도 하고 신비화하기도 한다.
머리에는 독단으로 행하는 마음이 있고, 어깨에는 사치한 마음이 있고, 허리에는 나태한 마음이 있고, 엉덩이에는 욕심이 있다.
턱에는 남을 깔보는 마음이 있고 가슴에는 우쭐대는 마음이 있고 배꼽에는 과대망상이 있고 뱃속에는 큰소리치려는 마음이 있다.
….
슬픔과 성냄은 서로 어우러지고, 기쁨과 즐거움은 서로 돕는다. ……… 이렇게 동하는 것은 칼로 장을 베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것은 죽고 사는 일에 관계된 것이니 몰라서는 안 된다.
-동의수세보원에서

pp.174~175, 김 훈,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생각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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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제마의 글은 과학일까, 형이상학일까. 형이상학과 과학을 허무는 그의 말에서 섣불리 몸에 칼을 대지 않았던 우리 조상님들의 마음씀씀이가 느껴진다...
나는 소음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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