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여름 휴가 마지막 즈음하여 영화 한 편씩 보는 것이 우리 가족의 유일무이하고 건조하기 짝이 없는 문화생활이라고 하지만 그래서인지 꼭 여름특수를 노린 블록버스터급 영화만 보게 되는 우리 가족들은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이번에는 해운대를 보게 된다. 해운대 또한 아니나 다를까 매우 특수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고 성수기의 꽃이라는 이 8월의 초장에 관객을 꽤 끌어 모으고 있는 추세인가보다.
그러나 이 영화는 '8월의 초장에 관객을 꽤 끌어 모으'는 딱 그정도 인 것 같다. 언니 아빠 엄마 동생 조카 딱 이렇게 모아서 보는 영화라면 이 영화는 아주 성공인것 같다. 일단 초장의 파도가 나오는 부분을 보고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던 나로서는 아주 목구멍이 답답, 찌무룩한 것이 임팩트가 컸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쓰나미를 기다리는 그 도중의 유머가 재미있긴-물론 아주 미묘한 의미에서 재미있었다.- 했지만 너무 길게 느껴졌고 등장인물의 관계를 옴니버스 식으로 처리하려다 보니 전반부가 너무 길어서 차라리 쓰나미보다 망망대해에서 느끼는 공포감이 더 현실성 있게 느껴졌다.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그 급박함은 언제 맛볼 수가 있단 말인가! 라고 울부짖는 나에게 김박사는 쓰나미가 다가오는 그 급박함을 여유로 대처하면서 나에게 불안한 안심을 줬다.
2. 이것은 물폭탄 세례?
공포의 쓰나미는 거대한 몸집을 한껏 부풀리며 달리는 그들의 머리들 위로 쏟아졌다. 오예. 파도가 이렇게만 친다면 우리는 상을 위해 100m 달리기를 뛰는 것 만치만 뛰어도 좋을 듯 싶다. 일단은 여름이면 물보다 사람이 많은 바닷가들은 아무리 덥지가 않은 이번 여름이라고 할지라도 영화에 나오는 것보다는 더 많은 인구가 있을 것이다. 이 쓰나미가 실제라면 우리는 파도가 아닌 사람들의 도미노같은 산에 깔려 사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산의 정상에 선 사람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는 죽는 것도 경쟁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다..라고 말해버리기엔 내가 너무나도 풋풋한 이 영화를 무시하는 것이기에 잠깐 자제하기로 하고...영화에 나오는 쓰나미는 아주 귀엽게 건물 사이를 들여다보며 들이칠 곳을 찾는듯 하다. 음..잠깐 사람들이 피할 시간을 주기로 할까? 차라리 동남아의 쓰나미는 비극이다. 방패막을 형성할 큰 건물들 따위가 없기 때문이다. 물(?)이 건물을 파괴하는 장면은 아주 잘 만든 것 같다. 아주 우리나라스럽다고나 할까. 휴일에도 건물에 갇혀서 일하던 샐러리맨들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3. 그리고 트라우마..
엘리베이터 공포증과 경미한 물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 엄정화의 엘리베이터 씬은 아주 고문 같은 것이었다. 보기만해도 숨이 몰아 쉬어졌으나 나중에 웃겨줬으니 이건 순전히 개인적 트라우마의 배신이라고 불러두고 넘어가자.
4. 주인공들은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무조건!
주인공들은 일단 햄볶으면서 살아가야한다. 그러는 것이 이 영화가 수미쌍관을 맞추려고 한다면 무조건 이치인 것이다. 설.하 커플은 전봇대에게 평생 감사하면서 행복하게 살것이고 구조요원 커플은(이름을 모른다..--) 애초부터 절절하게 시작된 사랑이 아니었으니 그렇다고 치자. 우리는 구조도구의 미흡한 상태가 이 모든 것의 원망을 들을 자격이 있다고 보자. 엄정화, 김박사 다른 곳에서 같이 잘 살 것 같다. 잘 살게 우리가 빌어줘야 한다. 아무나 사람 두번 죽이고 편안해 하는 사람은 없겠지..
진짜 불쌍한 게 뭐냐면 이것도 없고 뭐 저것도 없는 외톨이 어머니이다. 가난한 어머니는 아들 신발 사려고 이 세상의 가장 낮은 지대인 서민 시장에 그대로 못박힌 셈이다. 정말이지 슬픈일 아닌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샐러리 맨들의 승리이다. 농담이다.
5. 명대사
I'm your father(스타워즈 이야기가 아니다)
6. 총평 (총평이라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자 마자 내지른 한 마디 비명이다)
여름 휴가 특집 가족적 코믹 영화에 가끔 물이 내비친다!
유사어 : 질소를 샀는데 그 밑에 감자 칩이 몇 개 있네. (뜯지 않은 감자칩으로 해변에서는 비치발리볼을 할 수 있지 않은가.)
1)
하긴 이 영화가 오로지 한반도에 불어 닥친 쓰나미가 그 중점이었다면 제목이 해운대 쓰나미지 왜 그냥 해운대이겠는가.
2)
그저 나는 쓰나미가 그저 전봇대만 붙잡고 있으면 살아남는 것이었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다.
3)
엄마 아빠 웃으시고 조카 웃다가 파도 소리에 놀라고 똘레랑스가 부족하여 이리저리 비판의 칼을 휘두를 시니컬한 당신과 색즉시공 영화를 좋아하는 언니나 오빠만 있으면 이 영화는 매우 좋은 오락물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
좋은 댓글로 시작하면 댓글 끝까지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