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10, 2009

조그만 사랑노래-황동규

조그만 사랑 노래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의 눈

http://lh4.ggpht.com/_CqDQvL-q0vA/Sa9q1ca_rYI/AAAAAAAAHiI/pK0GtyRL3Us/DSCF1291.JPG

이미지출처 : picasaweb.google.com



나는 언젠가 과거가 '안녕'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눈 내리는 소리는 '안녕'이란 말을 '녕-녕-녕'하게 만들었다. 이 말은 모호하다. 끝이 정립되지 못한 '안녕'은 인사말인지 작별인사인지. 황동규의 시에서 찬찬히 깨어진 금들은 지금쯤은 아물었을까. 찬찬히 찬찬히 아물었을까. 추억은 우리를 영원히 추방했을까. 문득 수능공부를 하다가 이 시를 읽고 도서관에서 눈물 짓던 날이 생각난다(공교롭게도 그날은 4월 4일이었다. 하지만 난 분명 눈이 오는 것 같은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눈물이거나). 과거는 나에게 작별인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안녕'의 모호성때문에 과거의 추방을 받아 들일 수 없다. 나는 어디에 내려 앉지 못하는 눈송이들처럼 부유하며 과거 주위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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