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1, 2009

내 워크맨 속 갠지스 - 김경주

내 워크맨 속 갠지스 
-김경주-

외로운 날엔 살을 만진다

내 몸의 내륙을 다 돌아다녀본 음악이 피부 속에 아주 살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열두 살이 되는 밤부터 라디오 속에 푸른 모닥불을 피운다 아주 사소한 바람에도 음악들은 꺼질 듯 꺼질 듯 흔들리지만 눅눅한 불빛을 흘리고 있는 낮은 스탠드 아래서 나는 지금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있는 메아리 하나를 생각한다
나의 가장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영혼이라는 엽서 한 장을 기다린다

오늘 밤 불가능한 감수성에 대해서 말한 어느 예술가의 말을 떠올리며 스무 마리의 담배를 사오는 골목에서 나는 이 골목을 서성거리고 했을 붓다의 찬 눈을 생각했는 지 모른다 고향을 기억해낼 수 없어 벽에 기대 떨곤 했을, 붓다의 속눈썹 하나가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겨우 음악이 된다.

나는 붓다의 수행 중 방랑을 가장 사랑했다 방랑이란 그런 것이다 쭈그려 앉아서 한 생을 떠는 것 사랑으로 가슴이 무너지는 날에도 나는 깨어서 골방 속에 떨곤 했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내 두 눈은 강물 냄새가 난다

워크맨은 귓속에 몇천 년의 갠지스를 감고 돌리고 창틈으로 죽은 자들이 강물 속에서 꾸고 있는 꿈 냄새가 올라온다 혹은 그들이 살아서 미처 꾸지 못한 꿈 냄새가 도시의 창문마다 흘러내리고 있다 그런데 여관이 말뚝에 매인 산양은 왜 밤새 우는 것일까

외로움이라는 인간의 표정 하나를 배우기 위해 산양은 그토록 많은 별자리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른다 바바게스트 하우스 창턱에 걸터앉은 젊은 붓다가 비린 손가락을 물고 검은 물 안을 내려다보는 밤. 내 몸의 이역들은 울음들이었다고 쓰고 싶어지는 생이 있다 눈물은 눈 속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한 점 열이었다



491c072412a4c
이미지출처 : blog.daum.net
출처 : 김경주,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랜덤하우스, 2006

노래들, 억겁의 핏줄들을 흐르는. 셀 수도 없는 별들은 강물아래서 무심히 잠들어 있는데. 눈이 슬픈 외로운 사람은 자신의 정맥을 풀어 물고기들을 먹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

좋은 댓글로 시작하면 댓글 끝까지 좋아집니다